[원문] http://scienceon.hani.co.kr/478921
이스라엘 연구진 “아르비트리움 시스템” 명명
박테리아 감염 파지 바이러스에서 ‘소통용’ 단백질 조각 발견
“인체감염 바이러스도 그렇다면, 감염 조절 약물개발도 기대”
» 박테리아의 표면에 달라붙어 감염공격 하고 있는 수많은 박테리오파지 바이러스들. 출처/ Wikimedia Commons
박테리아들이 물질을 분비해 주변의 다른 박테리아들과 소통하는 ‘미생물 커뮤니케이션’은 이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박테리아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간소한 유전체를 지닌 바이러스들도 특정 분자 신호에다 어떤 정보를 담아서 자기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새로운 발견 소식이 전해졌다.
박테리아를 감염하는 바이러스(박테리오파지 또는 파지)가 동료 바이러스들이 남긴 특정 분자를 통해 주변의 감염 상황을 감지하고서, 숙주 박테리아를 바이러스 복제에 이용하고서 파괴할지, 숙주 박테리아를 살려둔 채로 자신은 잠복할지 그 감염 공격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스라엘 연구진이 밝혔다.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의 미생물유전체학 연구진(책임저자 로템 소렉, Rotem Sorek)은 몇 년에 걸친 이런 연구의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에 1월18일 발표했다. <네이처>는 뉴스 보도에서 “연구자들은 다른 많은 바이러스들도 그들만의 분자 언어를 통해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면서 “만일 그렇다면 바이러스의 공격을 교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발견된 것”이라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네이처> 뉴스는 애초에 연구진은 박테리아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다가 예측하지 못한 이런 새로운 현상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바실루스 수브틸리스(Bacillus Subtilis)라는 박테리아가 파지 바이러스(phi3T)의 감염 공격을 받을 때 특정 물질을 분비해 주변의 다른 박테리아들에게 어떻게 경고 신호를 보내어 소통하는지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런던 중에 이상한 현상을 보았다.
» 박테리아를 감염하는 박테리오파지의 전자현미경 영상(왼쪽)과 박테리오파지의 기본 구조 그림. 출처/ Wikimedia Commons 바실루스 박테리아들이 있는 플라스크 안에다 파지 바이러스를 집어넣자 처음에 이 바이러스들은 박테리아를 감염하고서 박테리아가 사멸할 때까지 자신을 복제 증식했다. 그런데 같은 플라스크에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깨끗이 없앤 다음에(그러나 실제로는 바이러스의 일부 단백질 조각[펩타이드]은 남아 있었던 것이 나중에 확인됐다), 다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그 안에집어넣았다.
그랬더니 이번엔 파지 바이러스가 박테리아를 감염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파지 바이러스들은 박테리아를 감염하고서 그 생명시스템을 장악해 자신을 폭발적으로 복제 증식시키고 그러다가 박테리아를 죽이는 대신에, 이번에는 조용히 박테리아 안에 잠복 또는 휴면하는 감염공격의 전략을 취했다.
연구진은 플라스크에 미량으로 남아 있다가 바이러스의 박테리아 감염공격 방식을 바꾸게 한 물질을 찾아냈고, 이들은 이런 “신비한 분자”들에다 ‘아르비트리움(’결정/판단‘이란 뜻의 라틴어, arbitriu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네이처>는 연구진이 이후 2년 반에 걸친 후속 연구를 통해 신비한 ‘아르바티움’의 비밀이 다름 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멸한 박테리아에서 나온 바이러스의 조각 단백질(펩티드)임을 확인했다. 이들은 바이러스들끼리 소통 수단으로 쓰이는 분자로 3종의 아르바티움 펩타이드를 찾아냈다.
이번 연구는 미생물인 박테리아뿐 아니라 생명체의 기본 시스템을 다 갖추지 못해 기생적으로 번식하는 바이러스조차도 이른바 자신들만의 ‘분자 언어’를 이용해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발견한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게다가 이처럼 바이러스들이 특정 분자 신호를 감지할 때 숙주 감염공격의 방식을 바꿀 수 있음을 처음 보여주었다는 점은 생물학뿐 아니라 의학 분야에서도 새로운 연구 분야가 창출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네이처> 뉴스에서 사람처럼 훨씬 복잡한 생명체를 감염하는 바이러스들에서도 이런 바이러스 소통 방식이 존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일 그렇다면, 그래서 바이러스를 완벽한 휴면 상태에 빠지게 할 수 있는 어떤 분자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이 훌륭한 약물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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